남친님과 함께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걱정을 끼쳐드렸답니다. 죄송해요.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닌데! 가는 도중 친구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살짝 걱정을 했어요. 친구님이 전경들 때문에 고립이 되어서 분향소로 가기 어려워졌다고 하셔서 나름대로 꾀를 쓴다고 충무로에서 내려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청계광장 가는 쪽은 전경들이 막고 있어서 다시 돌아나와서 시청 광장 뒷길로 가느라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덕수궁 대한문 앞은 수많은 사람들이 국화와 촛불을 들고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친구님을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전경들이 시청 역 올라오는 출입구 쪽을 막는 것도 모자라서 아래로 밀었다더군요. 다행히 사람들이 많아서 도미노 사태는 피한 것 같습니다만... 분향소의 천막을 찢는 행위는 대체 어디서 배워 온 예의인지. 쥐양반. 그게 당신이 이야기 하는 "예우"인지 뭐시긴지 하는거요? 당장 봉화에서는 조문객 요기할 음식도 하나 없다고 합니다. 내려올 때 음식 싸가지고 오라는 말이 사무칩니다.
잘못한 일은 분명 잘못한 일이며, 그런 것이 있다면 그 죄를 옹호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정말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을 떠나고, 뻔뻔한 자들은 세상에 남아 호의호식하며 지낼 것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삶의 피로가 왈칵 몰려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저를 걱정해주던 남친님은 "제가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이고, 열린우리당 당원이었습니다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멋대로 기대를 하고 멋대로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서요." 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러나 막상 길가에 임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국화꽃과 촛불과 메시지와 신문에서 오려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붙여 만든 작은 분향소 앞에서는 결국 감정을 참지 못하셨습니다. 모른척하며 꼬옥 안아드렸지만 사실 눈물 참으시는 것 봤어요. 미안해요, 저보다 당신이 더 슬플 것이 당연한데.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분향하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에 그 대열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분향소가 보이는 곳에서 가톨릭인 남친님은 성호를 긋고 저는 개신교식대로 기도했습니다. 길거리에는 취재를 하는 외국인 기자와 MBC취재진들이 있었습니다. 가끔 좌빨이라며 욕을 하는 노인과, "노무현을 살려내라!"고 외쳐서 선동하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소 조용히 조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곳은 조용히 국화와 촛불을 든 사람들의 바다였습니다. 분명 몇년 전 탄핵에 반대하며 많은 시민들이 모여 그를 위해 촛불을 밝혔던 곳이었는데... 묘한 데자뷰와 함께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돌아오며, 과연 쥐양반께서 정권에서 물러나고 세상을 떠날 때엔 어쩌려고 이렇게 업을 쌓는 것인가... 그와 이권으로 얽힌 사람들이 과연 이런식으로 슬퍼해 줄 것인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저 세상에서 꼭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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