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ㆍ애니 아라크노아 2009/08/27 00:03 by 헤니히

남친님께서 김혜린님의 '아라크노아'를 빌려주셨습니다. 명불허전! 굉장히 밀도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김혜린님의 작품은 이것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읽고 나서 그 작품을 왜 그렇게 좋아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인간성 회복의 메세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남친님께서 늘 버릇처럼 말씀해오셨던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와 꼭 부합하는 작품이었어요.

어떤 것이 인간과 비 인간을 나누는가-. 똑같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분류되는 종이지만 어떤 이는 매우 인간적이고 어떤 이는 정말로 타인에게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우주 경찰은 목적을 위해 신입을 그저 쓰고 버릴 수 있는 미끼처럼 취급했으며, 그에 대해서 당연한 것처럼 합리화 하는 등,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에 비하면 아라크노아의 멤버들은 나름대로 엘리트의 범주에 드는 지나를 무색하게 할 만큼 인간의 범주에서 한 걸음 벗어난 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그들보다 더욱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타인의 지배에 굴종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지 않고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나누어왔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요? 이 작품의 마지막에 제이와 케이의 상반 된 모습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제이는 무조건적으로 명령받은 대로 사람을 공격하였으나(그것의 대상이 친 동생일지라도), 케이는 남겨졌던 누이를 인정으로 인해 차마 공격하지 못합니다. 제이는 감정이 없는 예쁜 인형 같지만 그야말로 가공할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케이는 그 능력 자체가 감정의 기복과 같이 매우 불안정하므로 병기로 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케이는 자기자신의 의지로 타인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압니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이 바로 '약함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제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알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그것이 인간성의 회복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약함은 약함이 아니며 부끄러운 것도 아닙니다. 흔히 선망하는 물리적 강함은 그저 둔감함을 드러내는 것 뿐입니다. 서로 약점이 되는 관계는 뒤집으면 서로 강한 힘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진짜로 강한 것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인간적인 강함입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곳곳에서 인간성 상실의 결과물을 봅니다. 물질적 성공만을 바라고 자식들에게 강요하는 부모가 타인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느니, 타인에게 피해가 가도 자신만 성공하면 된다느니 하는 괴이쩍은 교육을 하기도 하고, 파란 지붕 아래 사는 분이 권위만을 내세우며 법치를 주장하고, 언론을 탄압하여 비 상식적인 일이 수시로 일어나도 둔감해지도록 조장하고 있을지라도, 우리가 사람임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들도 제이처럼 인간성을 회복하는 날이 올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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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헤즐넛향기 2009/08/28 13:17 # 답글

    그러고보니 김혜림님의 작품은 일부러 아직 읽지 않으셨다고 하셨지요. 김혜림님의 나머지 작품들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후폭풍은 책임지지 못한다능... ㅎㅎㅎ
  • 헤니히 2009/09/01 19:02 #

    우왕; 예. 일단 손 댈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는게 맞아요. 다들 극찬하시는 불의 검을 언제 꼭 봐야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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