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기 부모님의 옛 사진 2009/05/21 21:18 by 헤니히


정리를 하다보니 이런 옛 사진이 나온다. 주욱 훑어보니 꽤 재미있었다. 부모님의 결혼하기 전의 사진인 것 같다. 꼭 내 부모라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 선남 선녀다. 이렇게 두 사람이 젊고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참 묘한 기분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딱 1살 차이로, 어머니가 스물 일곱, 아버지가 스물 여덟에 결혼하셨다고 하니까, 지금의 나와 얼추 비슷하거나 어릴 때의 사진인 것이다. 

어머니는 오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셨는데, 어머니께서 늦둥이여서 큰이모와 거의 모녀간 같다. 또래인 사촌오빠들과 함께 자라나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막내 공주답게 자라오신 것 같은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꼼꼼하고 영리한 분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자신의 능력만으로 외국계회사에 입사하셨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당시 꽤 잘 나가셨다고 한다. 하지만 나를 가지고 나서 그만두셨다고 한다. 일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입덧이 아주 심해서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거래처 회사에 근무하셨다고 한다. 두분이 4년 연애 끝에 결혼할때까지 회사 직원들이 아무도 몰랐단다.(세상에!) 아버지는 육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셔서 유일하게 아버지 혼자 서울로 유학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셨지만, 집안 사정이 너무 어려워져서 중간에 그만 두셔야 했다. 그러나 당시엔 그정도 학력으로도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섬유를 주로 취급하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셨다. 그래서 어렸을때는 우리 집도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이었다. 좋은 차와 새로 지은 아파트가 있었고,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에 피아노가 갖고 싶다고 조르니까 즉흥적으로 그러마하며 떡하니 사주셨던 것으로 보아서 꽤나 여유가 있었던 듯 하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자신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냉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가난한 집에서 홀로 유학해서 대학에 갔다고 하면 주위에서 얼마나 떠받들어 주었을까. 그러나 아버지는 절대로 타인의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모진 말 한마디 할 수 없을정도로 마음도 약하고 유한데 어떻게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다가 허세와 자존심은 엄청나셔서 고개를 숙이고는 살 수 없는 분이었다. 내가 허세와 허영과 거짓말을 싫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책임함도 증오할만큼 싫다. 물론 이해할 수 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어쩌랴. 누군들 가족들을 방치하고 싶었을까? 하지만 일치감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왜 타인의 위에 설 수 없는가를 진작에 아셔야 했다. 그래서 성실하게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래전의, 아버지의 환하게 웃는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묘한 씁쓸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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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시니키 2009/05/22 18:39 # 답글

    연애... 결혼하셨군요. 저희 집안은 이거 연애인지 중매인지조차 흠좀무라.;;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처녀 시절에 끼셨다는 반지를 물려받아 끼고 있는데, 볼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덥니다.
  • 헤니히 2009/06/04 00:58 # 답글

    시니키님/ 예. 어머나... 연애인지 중매인지 애매한 방법으로 골인을?! 궁금해지는데요! 게다가 물려받은 반지라니 이런 로망스러운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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