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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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아 아무도 남지 않은 어둑어둑한 빈 놀이터 벤치에 두 남자가앉아있다. 카스티엘과 우리엘이다.
우리엘 : 난 말이지, 도무지 인간이 좋아지질 않는단 말일세.
인간들의 행동도 이해가 가질 않고.
신께서 왜 그들을 비호하시는지도 모르겠단말이야.
카스티엘 : 자네는 늘 그래왔지.
일찌기 아담과 이브를 낙원에서 쫒아버린 것도 다 자네가 아니었는가.
우리엘 : 솔직히 이야기해서 인간이 싫고 미운 것으로 따지면
저 악마들이 하는 말들이 다 옳은 것마냥 들린다네.
카스티엘 : ...
우리엘 : 어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난 신실한 주의 종이 아닌가.
내가 그분의 말을 어기는 것을 언제 본 적이 있는가?
한 청년이 인도위를 걸어온다. 두 손은 바지에 찔러 넣고 껄렁껄렁한 발길을 서둘러 어디론가 향한다. 카스티엘과 우리엘은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약속이나 한 듯이 그의 뒤를 따른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시내의 한 클럽. 헐벗은 옷차림을 하고 애교 많은 웃음을 흘리며 교태로운 자세로 앉아있는 미녀들, 혼란스러운 미러볼에 부서지는 화려한 섬광을 받아 남녀할 것 없이 몸을 흔들고 있다. 지반이 울리는 듯한 격한 진동의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다. 테이블의 한켠에서는 싸움 좀 했겠거니 싶은 근육질의 남자들이 주먹질을 하고 있다. 둘러 서서 응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상기 된 표정으로 서로를 더듬으며 자기 할 일(?)을 다하는 남녀의 모습도 보인다.
우리엘 : 휴, 지옥이 따로 없구만. 딘 윈체스터는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딘은 검은 웨이브진 머리칼을 가진 글래머 미녀와 함께 이야기를 잠시 나누는 듯 하더니, 금방 일어나서 둘은 어딘가를 향한다. 또다시 두 남자는 그를 따라 길을 걷는다. 놀이터를 지나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호텔에 도착한다. 그가 머무는 곳이다.
우리엘 : 그것 보게. 그는 여전히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는 자일세.
지옥에서 구원해 주면 뭐하나?
인간은 조금 전에 있었던 지옥의 풍광조차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당장의 쾌락부터 찾는단 말일세.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들이야.
카스티엘 : 자네는 우리 주의 의지에 따른다고 앞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왜 딘 윈체스터를 믿지 않는가? 그는 우리 주께서 선택한 인간이라네.
우리엘 :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이 싫어.
그들은 그분의 뜻에 따르지도 않고 스스로 화를 자초하지만
수습하거나 이겨낼 힘도 없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의 뒷처리나 해야 하는 처지란 말일세.
우리는 그분의 신실한 종이 아닌가? 왜 우리는 인간들 보다 사랑받지 못하는가?
카스티엘 : 그분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로선 알 수가 없네.
그를 볼 수 있는 자는 천상에서도 겨우 일곱 뿐이지 않는가.
섣불리 불평하지 말게. 자네도 타락천사가 되고 싶은가
우리엘 : 아니, 아닐세. 나는 절대로 타락천사는 될 수 없을거야.
우리가 악의 의지로 향하는 것을 그분은 용납하시지 않을테니까.
한번 떨어져버리면 다시금 이 영광을 되찾지 못한단 말일세.
인간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구원이 없다네.
카스티엘 : 그래서 인간을 증오하는 것인가?
우리엘 : ...
카스티엘 : 과거 누가라는 자가 쓴 책을 보면, 집 나간 아들에 대한 비유가 있었네.
우리엘 : 세 아들 중 둘째 아들이 자신의 몫의 재산을 챙겨서 떠난 후,
방탕한 생활 끝에 거지 몰골로 돌아왔다는 이야기 아닌가?
카스티엘 : 그렇네.
그런데 그 아버지는 화를 내긴 커녕 기뻐하며 맞아들였다네.
왜 그렇게 했겠는가?
우리엘 : 글쎄... 나라면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네.
나머지 두 아들을 위해서라도 말일세.
그는 아버지에게 당돌하게도 자신의 재산을 요구하고
그것을 받아 떠나버린 자일세.
벌을 주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말을 잘 듣고 모시고 있던 아들들에게도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카스티엘 : 그런데도 매우 기뻐하면서 연회를 베풀었지.
그 이유는 그 아들이 그제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네.
우리엘 : 그럼 그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순종한 아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모른단 말인가?
그는 그럼 왜 여태 집에 남아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단 말인가?
카스티엘 : 자, 진정하게 우리엘. 이야기일 뿐이지 않는가. 자네를 비난하려는게 아닐세.
저 딘 윈체스터라는 자도 자네와 같이 아버지에게 복종하던 자일세.
우리엘 : ...
카스티엘 : 우리 중 가장 높고 영광된 자리에 앉아있던 한 천사를 기억하는가?
아직 천지창조가 일어나기 전 순수하게 영적인 세계 안에서
그분은 자신의 한 부분을 떼어 아들로 삼았다네.
그리고 그를 따라 우리들 영이 만들어졌지.
우리엘 : 예수를 이야기 하는가?
카스티엘 : 우리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예외적으로
예수는 그분의 의지에 따라 인간의 몸을 하고 태어나야만 했다네.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고통도 느끼지 않고
인간들처럼 악한 행동을 하는 것도 허락받지 않았네.
우리가 만약 율법을 어긴다면 당장에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는 걸세.
바로 저 루시퍼와 아자젤처럼.
우리엘 :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잘 모르겠네.
탕자나 딘 윈체스터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당최 알수가 없구만.
카스티엘 : 이야기를 마저 들어주게.
그분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네.
우리는 분명 인간들 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네.
또한 아름답고 순수하고 그분의 의지에 완전히 복종을 하네.
그분 앞에서는 무조건 '상투스(Sanctus, 거룩하시다)'를 외치게 되어있다는 거야.
인간은 약하고 무력하네. 그들이 사는 세상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네.
온갖 악한 것에 노출되어 있고 악마들은 그를 노리고 있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인간이 악에 물든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지옥행인건 아니지.
그분이 왜 그리하도록 이 세상을 만드셨겠는가?
또, 왜 자신의 아들까지 보내어 인간을 사랑하시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왜 거지꼴이 되어 돌아온 둘째 아들을 그 아버지는 기뻐했는가?
그리고 그분이 왜 딘 윈체스터를 선택하셨겠는가?
우리엘 : 모르겠네. 날 혼란스럽게 하려는가?
카스티엘 : 자네와 나는 죄 지은 자를 쫒아내고 낙원을 지켰네.
퇴폐와 악으로 물든 도시를 불태웠네. 미카엘을 도와 악마를 토벌했네.
어쩌면 한가지 면 만을 보고 있었던걸지도 몰라.
애나는 다른쪽 면을 보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엘 : 배신자의 이야기를 왜 꺼내는가?
아나엘은 스스로 인간이 되었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어.
자신의 영광을 내버리고 한갖 인간이 되어서
결국엔 살해 위협까지 받았네.
그런 그녀가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단 것인가?
자네는 그녀가 옳은 행동을 했다고 보는가?
카스티엘 : 그런건 아닐세. 나도 이전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네.
한때는 우리를 배신하고 선택한 것이 겨우 인간이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하고 미워하기도 했었네.
때때로 동정심이 들기도 했었네... 딘 윈체스터를 만나기 전에 말이야.
우리엘 :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뀌었는가?
카스티엘 : 딘 윈체스터는 그 답을 알려줄 자야. 난 한눈에 알아보았네.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안전한 길을 걷기 보다는
이것저것 겪어보고 엉뚱한 선택을 하고 유혹에 빠지고 후회하고 좌절한 다음
가장 가치있는 것을 찾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실된 것일세.
자신이 보고 싶은 한쪽 면만을 보지 않고 그 이면까지 알아보고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진실로 참된 사랑일세.
우리 주께서는 그것이 가치 있다고 가르쳐 주시는 걸세.
그래서 예수는 인간이 되어야만 했네.
악마의 시험에도 빠지고, 친구를 잃는 아픔과 슬픔도 겪어보았네.
또 명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배척받고 고통받았네.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손으로 그 쓰디 쓴 잔을 삼킨 것일세.
아무리 그라도 천상의 그 영광된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면
영영 알 수 없었을거야.
자기 자신의 의지로 신과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달란트를 받아 땅에 묻어두고만 있는 우리가 그와 비할 수 있겠는가?
그 달란트를 잃을 위험이 있더라도 들고 나가 장사를 해보아야
그 돈의 참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네.
그래서 이제는 아나엘의 선택을 존중한다네.
우리엘 :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나엘의 죄 값은 치러지게 될 것일세.
우리가 집행하지 않더라도 다른 천사가 가게 되겠지.
우리는 달란트를 받지도 못했네.
아무리 원해도 들고 나가 장사를 할 수가 없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길 밖에는
별 수가 없을걸세.
우리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네...
그분의 뜻이 자네가 이야기 한 그대로라도 말일세,
나는 또다시 인간과 딘 윈체스터를 미워할 수 밖에 없을테지.
카스티엘, 아무리 염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은 미워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세.
자네는 그를 지켜보며 그저 대리만족을 구하려는 것 뿐일세.
그리고 그는 다시 한번의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할 뿐,
자신이 받은 구원의 손길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인지조차 모를걸세.
그때 호텔 방의 문이 열리고 두 남녀가 걸어나온다. 때마침 장을 봐온 듯한 종이봉투를 든 샘이 걸어들어오며 그것을 목격한다. 샘이 인상을 구기자 딘은 보란듯이 아가씨와 가볍게 키스하고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샘이 잔소리를 시작하자 어깨를 툭 치며 봉투를 뺏어든다. 그리고 치즈버거를 찾아내어 한 입 문다. 카스티엘은 그런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우리엘은 그런 그의 옆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그런 후 몸을 돌려 유유히 걸어나간다. 우리엘의 머리 뒤로 네온사인의 빛이 쏟아져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카스티엘은 우리엘이 사라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딘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입을 연다.
카스티엘 : ...그는 생각보다 최악이 아니네.
이래뵈도 한번도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한 적이 없다네.
자신이 그렇게 원하고 또 원했던 가족을 돌려준다고 해도
그가 구했던 사람들과 바꾸지 않는다네.
그는 여리고 약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한없이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네.
그야말로 우리 주의 의지를 드러낼 최적의 인물이라는 것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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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마법고냥이 2009/02/26 09:55 # 삭제 답글
왜 천사들은 놀이터 벤치를 선호하는지 볼 때마다 궁금합니다. 흐흐.
헤니히 2009/03/01 22:38 #
마법고양이님/ 슈퍼내추럴에서의 놀이터 벤치는 아이들이 뛰놀고 녹음이 있는 참 평화롭고 화사한 공간인 것 같습니다. 늘 어두운 색조로 등장하는 딘과 샘 윈체스터 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지만, 이들 덕분에 존재하는 장소이기도 해요.
烏有 2009/03/28 16:59 # 답글
천사는 여러의미로 벤치에서 노는걸 좋아하죠.................음?